"킴 오 케" 오늘의 연재 (36) 위기는 다시 기회를 부르고

연재/기획 / 이현진 기자 / 2025-02-24 22:48:10
길없는 곳에 길을 만들다

나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당장 수습이 필요한 사항이었다. 가정부로서 새로운 직장이 필요했다. 나는 한국인 부잣집에서 가정부로일할 때, 그전 가정부인 필리핀 아가씨로부터 받아 놓은 직업소개소전화번호가 생각났다. 나는 거기에 전화를 했다. 스탠이라는 남자가전화를 받았다. 필리핀 출신인 그는 가정부로 일할 사람들에게 직업을 찾아 주는 소개업자였다.
스탠의 사무실을 찾아가니 젊은 필리핀 아가씨들이 꽤나 많이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다 가정부 자리를 신청한 유일한한국인이었다. 스탠이 내게 물었다.
“한 집이 나와 있는데 만나 보겠어요?” “당장이라도 볼 수 있어요.” “그럼 내일로 약속을 잡겠어요.”약속 시각은 다음날 오전 11시로 잡혔다. 몸이 다소 불편한 한 할머니를 돌보는 자리였다. 먼저 할머니의 딸과 인터뷰를 하고 그녀가마음에 들어 하면 할머니와 인터뷰를 할 수 있고 했다.
나는 그 할머니의 딸 집을 찾아갔다. 그녀는 밴쿠버 다운타운에있는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자신을 샤론이라고 소개한 중년의그 여자는 남자 친구와 함께 나를 맞았다. 일단 샤론은 인상이 좋았다. 약간 뚱뚱하면서 온화하게 보였다.
아직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나는 그녀의 이름을 틀리게 발음하지않으려고 몇 번씩 속으로 되뇌었다.
샤론은 자기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이는 79살이며 노약해서 잘걷지 못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고 했다. 할머니의남편인 할아버지는 3년 전에 돌아가셨고 노총각인 막내 아들과 함께 산다고도 했다. 샤론은 아직 미혼인 남동생이라는 존재가 걸리는듯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래층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남동생?’
묻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초면에 꼬치꼬치 물어 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 ‘남동생’이란 사람이내 인생의 도화지 위에 커다란 점 하나를 찍게 되리라고는 아무도상상하지 못했다.
샤론은 말을 이어 갔다. 날 편하게 대해 준 그녀에게서 무언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만약 내가 고용되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음식문제가 나오자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난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해요.”
내가 만들 수 있는 서양 요리라고는 에드먼턴에 있을 때 룸메이트들에게서 배운 스파게티, 라자니아, 그리고 쿠키 한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내 각오도 밝혔다.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온 정성을 다해 내 어머니처럼 잘 모실거예요.”그리고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가능하다면 당신의 어머니께서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만.”나는 진심으로 샤론의 어머니를 모시고 싶었고, 그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녀의 아파트를 나오면서 물어보았다.
“언제부터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러나 샤론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인터뷰해야 할 사람이 몇 명 더 기다리고 있으니 결정이나면 연락을 해주겠어요.”그렇게 서로 웃고 얘기를 나눴는데....... 왠지 서글폈다. 나는 애초부터 안 되는 곳인데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된다하더라도 내 요리 실력으로 어떻게 서양인 집에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겁이 났다.
하지만 은근히 기다린 것도 사실이었다. 며칠이 지나도록 샤론의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나는 아니야. 내 복에 무슨..... .’
일단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집을 나서려는데 전화 벨이울렸다. 샤론이었다. 자기 어머니를 만나 보라는 거였다. 다음날 저녁 7시에 써리에 있는 어머니 집에서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만나자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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