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교제 폭력에 「스토킹처벌법」 적용한 경찰, 법 미비점 보완도 서둘러야

칼럼 / 편집국 / 2025-08-14 17:15:30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가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26~31일 엿새 동안 대전 등에서 무려 4명의 여성이 ‘교제 폭력’으로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고, 6월엔 대구·부평, 5월엔 화성 동탄에서도 사건이 잇따랐다. 피해자의 보호 요청을 외면한 수사·사법 기관의 안이한 대처와 제도 허점이 반복된 비극의 요인으로 지적되어왔다. 지난 8월 10일 경찰청이 ‘교제 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전국 일선 경찰에 하달했다. 이번 경찰 매뉴얼은 ‘교제 폭력’ 사건에 직권으로 개입해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조치가 여성폭력 사건을 선제적으로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동안 경찰에 따르면 신고가 10차례 이상 반복 접수됐지만,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경찰은 이와 유사한 사건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등 ‘교제 폭력’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지난해 1년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181명에 달하고 살인미수 피해를 겪은 여성은 374명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실제로 살해당하거나 살해당할 뻔한 피해 여성의 자녀 등 주변인 95명을 포함하면 총 650명에 달한다. 하루에 1.8명이 살해되거나 살해될 뻔했다는 믿기지 않는 수치다. 이들 650명 중 17.5%인 114명은 경찰에 폭력 피해를 신고하거나, 보호조치 등을 받는 상태였다. 하지만 공권력에 보호를 요청했음에도 끔찍한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렇듯 ‘교제 폭력’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피해자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신속한 분리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한 가운데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벌을 과할 수 없는‘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가 폐기됐음에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라고 하거나 보호조치 중에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한다.”라며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수사 관행이 끔찍한 현실을 키워온 셈이다. 현행법은 ‘교제 폭력’ 및 ‘가정 폭력’ 모두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해 피해자 구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임시 조치 기간도 최대 6개월까지만 연장을 할 수 있다. 가해자 인신구속에 관대한 공권력은 피해 여성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경찰의 ‘교제 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은 만시지탄(晩時之歎)으로 늦었지만 바람직하고 환영받아 마땅하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최고 수준의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겠다.”라며 ‘교제 폭력’을 스토킹 범죄에 준용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의율(擬律)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 규정이 없는 ‘교제 폭력’을 ‘상대 의사’에 반해‘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가 반복되면 제재·처벌하는 스토킹 범죄와 동일시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폭력 신고 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일회성 폭력이라도 지속하게 될 경우는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체포가 가능해진다. 피해자·가해자 분리, 가해자 제재가 시급한 여성 폭력 사건의 특성을 고려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한다.

‘안전 이별’이라는 용어는 한국 사회가 여성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대변하고도 남을 뿐만 아니라 이별 후의 신체적·정신적 위협에 대한 심각성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교제 살인’ 사건은 이미 여성들에게 일상의 공포가 된 지 오래다. 폭행이나 스토킹, 협박, 살인 등을 당하지 않고 연인과 헤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안전 이별’은 이미 신조어조차도 아니다. 여성들 대부분은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고민하는 친구에게 흔히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지 말고. 차라리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하거나,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서 서서히 정이 떨어지게 만들어라!”라고. 조언한다. 그렇게라도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조언‘해야’하는 것은 이별을 통보한 나를 공권력이 지켜주지 못한다는 추측 내지는 불 확신 때문이다. 상당수의 죽음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지난해 4월 거제 ‘교제 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고, 11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대부분 쌍방폭행으로 처리되거나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근거로 수사가 종결됐다.

그러나 경찰 대응만으론 ‘교제 폭력’ 비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교제 관계 또는 교제가 끝난 후 벌어지는 폭력이 사회문제화했다는 의미다. 안전한 ‘이별 문화’ 정착이란 말이 실로 무색하기 짝이 없다. 더는 여성의 폭력 피해와 죽음을 방치(放置)하지 않으려는 국가적 실행 의지가 참으로 중요하다. 검찰·법원은 ‘교제 폭력’ 위험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온 행태를 반성하고 전향적(轉向的)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피해자 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해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여야는 ‘교제 폭력’ 행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스토킹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서두르기를 바란다. 그동안 112 신고 등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범죄의 사슬로부터 생명을 지켜지지 못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도를 넘는 폭력에도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해 피해자 구제에 취약한 부분은 사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상습 폭력과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 Gaslighting)’로 이별을 실행하지 못할 때도 보호받아야만 한다. 어느 경우든 법의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않다. 강화된 개입과 대처가 늘 안타까운 대목이다. 현실의 ‘교제 폭력’ 앞에서 ‘가능하면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하는‘피해자 중심주의’는 공허한 지침이 되기 쉽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데이트 ‘교제 폭력’ 관련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7만 790건이었던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2023년 7만 7,150건, 2024년 8만 8,39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242건이 넘게 ‘교제 폭력’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교제 폭력 검거 인원도 2022년 1만 2,828명, 2023년 1만 3,921명, 2024년 1만 4,700명으로 증가세에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40건이 넘게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셈이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교제 폭력’의 심각성은 단순히 신체적 폭력뿐만이 아닌 정서적·경제적·심리적·성적 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피해자가 장기적으로 정신적·신체적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장기화할 경우, 보복 범죄나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부분 친밀한 연인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은폐 가능성이 커서 수사에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따라서 선제적 격리를 위해 경찰의 잠정조치 신청과 전자장치 부착 요청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더 적극 수용해야만 한다. 안전조치 신청이 승인되고 신변 경호까지 이뤄진 예는 극히 드물다. 안일한 판단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다.

현행 법규로는 혼인이나 사실혼 관계가 아닌 연인관계에서 벌어진 ‘교제 폭력’은 일반 성인 간의 폭행과 똑같이 다뤄 ‘교제 폭력’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한다. 이를테면 ‘교제 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복을 무릅쓰고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는 더욱 어렵다.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몸집과 위력 차이가 대체로 크고, 평소 더 많이 폭행당하는 ‘주(主) 피해자’가 있다는 점 등의 ‘젠더(Gender)’ 간 ‘교제 폭력’에서 나타나는 특수성도 고려할 수 없다. 불안감 때문에 사설 경호업체에 기댄다면 본인 부담도 크겠지만, 공권력이 오작동한다는 증거로 기능할 수 있다. 무엇보다 관계성 범죄는 개인 간 갈등으로 치부하고 말 것이 아니라 발생 초기부터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일 ‘교재 살인’ 범죄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사회 통념과 달리 여성이 가해자인 사례 역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일상이 된 ‘교제 폭력’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제 폭력’ 대응 시스템을 전면 강화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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