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홍승욱 작가, 창조적 변형기법을 통한 사유와 물상의 총괄

영화/문화 / 백진욱 기자 / 2022-06-14 14:30:36

[미술평론가·한국미학연구소 대표 / 박명인]

 

예술작품을 추구하는 많은 미술가들이 남다른 창조적 소산(所産)을 창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창조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미학에서는 창조에 대해 많은 논고가 발표되면서 특정 개인에 관계되는 주관적 창조성, 객관적인 상대적 창조성, 인간적 척도에서의 창조성, 그리고 신적인 절대적 창조성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작품을 창출해내려는 미술가의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사유로 성립된 주관적 창조성과 인간적 척도에서 귀결되는 창조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창조성 논리에 비추어 볼 때, 홍승욱 미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자신의 관념적인 사유에 의해 형을 부여하고 넓은 의미로 예술성을 재현하는데 주력함으로써 정서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개성으로 예술의 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특징적인 창조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표현방법은 크로체(Croce, 이탈리아 신 헤겔주의자)나 콜링우드(Robin George Collingwood, 영국의 미학자)의 소위 신개념론 미학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의미로써 현대미술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개념이다. 그것은 하나의 예술적 정의 안에서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사랑)의 내용이 예술가의 정신적 개성에서 비롯된 개념으로써 하나의 창조적인 파생형태라고 볼 수 있다. 즉, 표현개념의 바리에이션(variation, 어떤 주제를 설정하고 그것을 여러 가지로 변형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홍승욱의 사유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소산과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개성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홍승욱만의 독창성이라고 한다면 내재적인 미(사랑)와 사물로부터 외적인 형체 미(동백꽃)를 회화화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외적인 형태 미는 사물의 아름다움이고 내적인 미는 꽃말이 의미하는 사랑이다. 사랑이란 이지(理智)의 원천이며 온정· 열정과 같은 삶의 운율(韻律)이 사물의 대상성에서 심미의식으로 재해석되어 독창성으로 발휘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을 유발시키는 감관(感官)으로써 대중의 뇌리에 기억으로 살아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형태의 아름다움과 의미로서의 가장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비롯하여 가족의 사랑, 나라 사랑, 친구의 사랑, 또는 짐승들의 사랑, 곤충의 사랑, 식물의 사랑 등등. 생명 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개념을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으면서도 사랑을 운위(云謂)하고 있다. 시인들이 흔히 사랑 이야기를 전개하면 모정이나 연애에 붙여 서정적인 글을 남기지만, 미술가가 그림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정이 넘치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아프기도 하고, 숨 가쁘기도 하고, 참담한 상처이기도 하고, 회오(悔悟), 그리고 성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알 수 없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초극적인 태마를 자신만의 회화양식으로 완성하고 있다.

 

 

그간에는 봉평의 메밀꽃이나 제주의 유채꽃, 순천만의 억새 등을 채택하기도 하였고, 서정적인 풍경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작품을 구사해 왔지만 생명의 줄기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인해 동백꽃에 천착(穿鑿)하게 되었다. ‘애타는 사랑’, ‘비밀스러운 사랑’, ‘굳은 약속’,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당신의 사랑을’, ‘당신의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한다’’는 여러 가지 꽃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이라는 단순 소재를 극복하기 위해 모험적인 새로운 표현기법을 구사했다. 그것은 세종대학 수업기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의 정서적인 풍경화를 표출하면서 세잔을 좋아했던 과정을 초탈하고, 어느 날 피카소로부터 받은 인스피레이션은 기하학적 요소에 집착하게 했고, 사랑의 화신 동백꽃에 기하학적 요소를 접목하여 사실적인 정물이 아니라 선묘에 의한 형상표현에 이르게 된 것이다. 특히 동백꽃 배면에 추상적인 삶의 영역을 표출한 것이 더욱 빛나는 관건(關鍵)으로 부각되고 있다. 추상적인 표상이지만 동백꽃의 단순한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는 연조(軟調, low contrast), 중간조(中間調, normal contrast), 경조(硬調, high contrast)가 신묘하게 복합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단순성을 정치(精緻)한 회화로 완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평자는 「미술은 인간을 천재로 다시 탄생시킨다. 그것은 미적 결과를 창출해내기 위해 예지, 사유, 발상, 체험으로 폭 넓은 영감을 얻어내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물을 발동하여 동기가 되는 원인을 찾아낼 뿐 아니라 예술형상을 완성함으로써 이를 수행하는 형질이 천재로 만들어지는 조건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미술은 태고적부터 무엇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본능적으로 나타냈고 감성을 발달시킨 것도 미술이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러한 창조적 표상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인스피레이션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며 천재적인 발상으로 예지력을 발휘하여야만 가능하다. 기억으로부터 나타나는 번뜩임은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에 의해 기록으로 남기거나 그림으로 남기는 방법이 중요하다. 보통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기 쉬운 사물을 홍승욱의 세심한 관찰력은 나날이 일기장에 기록하듯이 기억상으로 존재하고 있어서 그것이 표상(表象)으로 작용해 왔다.

 

창조적 역할이 되었던 세잔을 선호했던 취향에서 피카소의 기하학적 도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긴 즉발적인 계기 현상이었으며, 홍승욱 자신만의 창조적 체험으로써 자기 변혁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나 발단은 세잔에서 피카소라는 단계적 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기존의 정상(情狀)에 머물지 않고 이론화를 시도하면서 표상의 상보관계(相補關係)를 정립하고 자각적인 정보를 이지적 사유 속에서 감성적, 정동적(情動的) 회화로 완성하기 위해 기하학적 선 묘사로 형체를 단순화시키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개념을 순수하게 재생산적인 성향에 의해 표출하고, 필연적인 개성적 상을 만들어 냄으로써 직관이나 표시기능의 영역에 있어서의 제한이 성립되지 않는 무한한 잠재력을 입증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구상회화와 추상회화에 이르는 영역에서 경험적 지각이나, 인식 일반에 관한 총괄적인 출산적 구상력(構想力)으로 현재의 양식(樣式)으로 안주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이전의 경험적인 과정을 벗어나 산출적(産出的) 구상력의 활동은 훨씬 강하게 증대되었다. 특히 선면을 강조하고 있는 꽃 정물의 배면은 변천과정에서 정착하고 있는 구성력으로서 꽃 형상이 정물로서의 표출이 아니라 선, 면, 색의 3대 요소가 추상적으로 표현된 회화인 것이다.

 

추상이란 어떤 형상 속에 또 다른 상을 추출한다고 볼 수 있는데 홍승욱은 동백꽃에서 강렬한 선을, 그리고 화면(畵面)에서 색면을, 그리고 배면에 인간의 다양한 삶의 형상을 표현함으로써 수 많은 생명체들이 구상되고 있으며 실물체의 구체적인 형상을 단순화하여 독특한 개성미를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추출형식은 추상성을 근원으로 한 하나의 사상을 정립한 조형요소로써 자신만의 회화적 사상을 자유롭게 포괄적으로 표현해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홍승욱의 심미의식은 ① 이성과 지혜, ② 사물을 분별·이해하는 슬기로써 경험적 과정에서 쌓은 많은 총괄성에서 기억상의 통합으로 바꾸어 버리려고 한 현상학적(現象學的) 성찰(省察)이 아닐 수 없다. 풍경화론적인 구성이나 큐비즘적인 체험적 구상력에서 의식영역의 배후에까지 화의(畵意)가 다양하게 분배된 홍승욱만의 개성표출의 시도였다. 이것은 감관지각(感官知覺)에 의해 뇌 안에 존재하는 수 많은 기억상의 유의미, 무의미의 흔적이나 잠재적인 표상의 표출 결과라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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