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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6일 국민연금연구원 오유진 주임연구원이 내놓은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은 13.6%였고 대표적인 고령 국가인 일본도 25.3%에 그쳤다. 연금을 받는 나이임에도 일자리를 찾는 원인이 더 충격적이다. ‘생활비에 보탬’이 54.4%로 절반을 넘었다. 더는 노인 빈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난 12월 23일 사상 처음 20%를 기록하며 한국도 국제 기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전날인 12월 23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5,122만 1,286명 중 65세 이상이 1,024만 4,550명으로 전체에서 20.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는 유엔(UN)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일 때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당초 2025년으로 예상했지만, 저출생 문제와 맞물려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1956년에 제정한 국제연합(UN)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간주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뒤, 2017년 고령 비율이 14.02%로 두 배 늘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고령사회에서 7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OECD 국가 중 도달 속도가 가장 빠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20.3%에 달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층이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에 달했다. 해당 조사에서 근로 희망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54.4%로 절반을 넘었고, ‘일하는 즐거움’ 36.1%, ‘무료함 달래기’ 4.0% 순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이러한 생계 중심 노동의 근본 원인으로 ‘턱없이 부족한 공적연금 수준’을 지목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66만 원에 불과했다.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인 134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평생 국민연금을 납부했음에도 노후에는 추가 소득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뜩이나 연금 첫 수령 나이도 1961∼1964년생은 63세,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로 늦춰진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이 미뤄지면 연금 고갈 시기도 앞당겨질 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퇴직 연령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법정 정년(60세) 이전에 일자리를 관둔 나이가 올해 기준 52.9세였다. 고령층이 일하고 싶은 희망 연령인 73.4세와는 괴리가 크다.
국민연금 역시 구조개혁이 아닌 모수 개혁만으로는 여전히 갈 길이 요원하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은퇴 후 소득 공백 문제가 심각하다. 노동계가 이 틈을 타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올리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년 연장’ 법안을 연내에 발의하겠다고 밝히며 입법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법정 정년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청년 고용과 노동생산성, 기업 부담 증가, 세대·노사갈등 등이 얽혀 있어 쉽게 해결할 문제가 결단코 아니다. 그렇다고 정년 연장 이슈를 방치(放置)하고 방관(傍觀)하며 방기(放棄)할 수만은 없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40%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루면 미룰수록 실타래만 꼬일 뿐이다. ‘정년 연장’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맞다.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해 숙련 인력 이탈을 막는 게 우선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1월 24일 발표한 ‘2025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정년이 늘수록 임금 부담이 커지는 한국의 연공서열 중심 임금 구조를 고치는 구조개혁을 주문한 것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IMF는 고령층을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으로 법적 ‘정년 연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연공서열 방식 임금 체계를 개혁하면 고령층이 법적 정년까지 고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 일각과 양대 노총에서 정년 연장 논의에 나섰지만, 연공 서열 방식 대신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지 않을 경우는 20대 이하 청년층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IMF는 “인구 구조 변화로 연금, 보건의료, 장기 요양 등 고령화 관련 지출이 2050년까지 30~35% 증가할 것”이라며 “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반영하면 2050년 국가채무비율이 89.3~129.3%에 달해 재정 여력을 잠식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증세나 연금 개혁 등 구조개혁에 나서는 경우 2050년 국가채무비율이 64.5~99%로 낮아질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특히 한국은 수출 측면에서 첨단 제조업 분야에 높은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국가·품목에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IMF는 인공지능(AI) 도입과 연구·개발(R & D) 확대를 통해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되 서비스 수출 확대, 역내 교역 강화 등 수출 기반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민간 소비 회복을 위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그냥 허투루 들어넘길 일이 결단코 아니다. 연공서열 임금 체계는 반드시 개혁해야만 하는 당위를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2021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고독사 위험자 지원 의무를 부여한 「고독사 에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에도 고독사 발생이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27일 보건복지부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3,661명에 비해 263명(7.2%) 늘었다. 2020년 3,279명에서 5년 사이 매해 고독사 사망자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체 인구 10만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도 2023년 7.2명에서 지난해 7.7명으로 0.5명 늘어났다. 전체 사망자 100명 중 1.09명이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 성별로는 전체 고독사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8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50, 60대 남성 비중이 전체 고독사의 절반이 넘는 54%를 차지할 정도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는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0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와 단절된 주거 환경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50, 60대 남성들 가운데는 조기 퇴직이나 사업 실패, 이혼과 사별로 뜻하지 않게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혼주의자 등 스스로 1인 가구를 선택한 이들은 외부 활동과 교류에 적극적이지만 실직과 사별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1인 가구는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함에도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특히 주거비 부담 때문에 원룸이나 고시원처럼 이웃 간 유대가 약한 곳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 ‘고독사’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50, 60대 남성 ‘고독사’의 특징 중 하나는 병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20대 이하의 ‘고독사’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중은 57%인데 50, 60대 남성은 8.3∼13.5%에 불과하고 대개 질병으로 사망한다. 50, 60대는 신체 기능 저하에다 고혈압, 당뇨,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의 위험이 커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가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병을 키우고, 응급상황이 생겨도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 보니 ‘골든 타임(Golden-time)’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중·장년 세대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청년층이나 정부가 관리하는 노년층과 달리 정책의 대상도, 복지의 대상도 아닌 소외된 세대다.
특히 이 연령대의 한국 남성들은 직장이 생활의 거의 전부인 세대여서 ‘명함이 없는 삶’이 닥치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좌절하기 쉬우나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도움을 받는 일에는 서툴고 어쭙잖다. 경제적·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노년기로 영위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돕고 정부도 맞춤형 정책으로 적극 도와야 한다. 술과 담배가 아닌 사람과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쓸쓸한 노후와 고독한 죽음을 막는다.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고독사를 예방하고, 고독사 주요 원인인 사회적 고립에도 선제 대응하기 위해 ‘생애주기별 사회적 고립 대응’이 국정과제로 선정된 만큼 사회적 고립 위험군을 조기 발굴하고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서둘러 ‘고독사’를 막아야 한다.
한편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의 고학력을 지닌 20, 30세대 가운데 장기 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해 고용시장의 한파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11월 16일 기준으로 구직 활동을 6개월 이상 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0, 30대 고학력자는 3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3만 6,000명) 이후 최대치다. 고학력 청년 백수가 증가하면서 전체 장기 실업자도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10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장기 실업자와 더불어 구직을 포기한 20, 30대 ‘그냥 쉬었음’ 인구도 가파르게 늘어 더 걱정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1월 12일 발표한 ‘2025년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 수는 2,90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84만 7,000명보다 소폭(19만 3,000명 │ 0.7%) 늘었으나 60세 이상의 고령 취업이 주도했다. 30대 ‘그냥 쉬었음’ 인구는 33만 명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대 ‘그냥 쉬었음’ 인구도 40만 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 증가, 역대 최고를 찍었다. ‘그냥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기 때문에 착시 현상이 생긴다.
최상의 해법은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때마침 지난 11월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은 향후 5년간 총 800조 원이 넘는 대규모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에서 17만 명 이상의 직접 고용을 창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향후 5년간 연구·개발(R & D) 투자를 포함해 국내에 총 450조 원을 투입하고 6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밝히고, 평택 캠퍼스 2단지 5라인 건설과 비수도권 AI 컴퓨팅센터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SK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128조 원 국내 투자를 추진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600조 원 규모의 선제 투자를 계획 중이다. 매년 1만 4,000명에서 2만 명의 고용효과를 목표로 하며, 8,600억 원 규모의 ‘트리니티 팹’을 구축해 소부장 및 스타트업, 학계와의 개방형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도 추진한다. 현대차도 5년간 연간 25조 원씩, 총 125조 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매년 최대 2만 명의 고용효과를 내다봤다. LG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 100조 원을 투자하며, 이 중 60%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투입해 공급망 자립과 AI 도입을 가속화(加速化)한다. HD현대는 향후 5년간 국내에 1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8조 원은 에너지 및 AI 기반 기계·로봇 분야에, 7조 원은 조선·해양 산업에 투입한다. 한화그룹은 향후 5년간 조선·방산 분야에 11조 원을 투자한다. 옥포조선소 확장과 첨단 함정 및 무기체계 생산 라인 업그레이드를 추진한다. 방산 공급망 강화와 기자재 국산화도 진행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대미 투자가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까 우려하지 말라”며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 연구개발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청년 실업 해소와 노년 고용의 ‘정책 조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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