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35) 숙명의 재회, 미세스 머피

연재/기획 / 이현진 기자 / 2025-02-23 12:32:18
길없는 곳에 길을 만들다

일요일 밤, 일행은 정씨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쉽게 올 것같지 않던 월요일의 아침이 마침내 밝아 왔다. 나는 캠프에서 따 온딸기와 정씨 부인이 만들어 준 샌드위치를 들고 캐나다 대사관으로갔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내내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어 담당자 앞에 섰다. 그런데 나를 맞이한 사람은 다름 아닌 미세스 머피였다. 머피는 몇 개월 전 안경 너머로 나를 쳐다보며 냉정하게 내 워킹 비자를 거절했던 바로 그 여자였다.
‘아, 이 여자에게 또 걸리다니.....’
머피는 마치 내게 ‘또 왔니?’ 라는 말을 하듯 서류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이것저것 물어 왔다. 그녀는 여전히 깐깐하고 야무져 보였다. 머피와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나는 이번에도 떨어질 것 같다는생각이 들었다.
‘안 돼, 김옥란. 오늘 여기서 거절당하면 이젠 끝장이야.”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면서 내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상황은 내 희망과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머피는 내 신청 서류가 캐나다에서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못 받았다며그것부터 해결하라고 했다.
나는 황급히 서류를 제출했던 밴쿠버의 고용 센터에 연락을 취했으나 그곳에서는 이미 문제의 서류를 팩스로 보냈다고 했다. 나는그 자리에서 두 번 더 캐나다로 전화를 해야 했다. 세 번째 내 다급한 전화를 받은 밴쿠버 고용 센터의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확인이 마지막이니 더 이상 전화하지 말아요.”
냉정을 되찾은 후 확인된 사항이었지만, 내서류는 엉뚱한 곳에가 있었다. 담당 직원이 팩스를 다른 곳으로 보낸 것이었다. 그것을부랴부랴 제대로 잡고 난 뒤에야 서류가 시애틀 캐나다 대사관으로들어왔다. 미세스 머피는 나를 불러 다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제야 당신 서류를 받았어요.”
한참이나 이것저것을 물어보던 머피는 마지막 결론을 내린 듯 조그마한 쪽지를 내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비로소 미소를 보였다.
“이것을 미국과 캐나다 경계선에 있는 이민국에 보여 주면 당신에게 1년짜리 워킹 비자를 내줄 거예요. 1년 후에는 연장을 하면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것인가.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이 순간을 맛보기 위해 그토록 모진 고통을 겪어야 했나 생각하니 가슴이 찌릿찌릿 저려왔다. 캐나다 대사관을 나와 전화로 정삼곤 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한 후 곧장 캐나다로 돌아오는 차에 올랐다. 내 얼굴은 환희에 겨워화끈거렸다. 날아갈 것 같은, 그래서 누군가에게 함께 날자고 말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국경 검문소에 버스가 정차하자 나는 빠른 걸음으로 이민국 사무실로 들어갔다.
다시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대사관에서 준 쪽지가 있었지만 아까 대사관에서처럼 나에 대한 정보를 못 받았다고 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이 들었다.
이민관은 미소를 지으며 뭔가를 컴퓨터에 입력을 하더니 내게 워킹비자를 내주었다.
마침내 나는 캐나다 워킹 비자를 받았다.
버스에 다시 올라 나는 그 종이를 꺼내 들고 신기한 듯 보고 또보았다. 누군가가 “그게 뭐야?”라고 물어 주기를 바랐다. 기쁨과 함께 안도감이 동시에 전해졌다.
나는 컴컴한 밤이 되어서야 캐나다에 도착했다. 밤인데도 모든 것이 밝아 보였다. 시애틀로 떠날 때와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1년이란 시간이 내게 주어졌고, 최소한 그 시간 동안 일하면서 공부도 할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마치 세상을 얻은 듯 뿌듯했다. 워킹 비자를 받은 후 2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워킹 비자를 받게 해 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태식 씨가족에게 깊은 감사를 드렸다. 그러나 그 환희의 순간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워킹 비자를 받는 순간, 나는 그것이 또 다른 고생의시작을 알리는 증표였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마치 드라마의 그것처럼 냉혹한 현실이 내 앞길에 도사리고 있었다. 워킹 비자를 받은 지며칠이 지난 후 김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찾았다.
“미스 김, 정부에서 뭘 내라는 것인지 이것이 날아왔어요.”
김씨가 건네준 걸 읽어 보니 세금 보고서였다. 집에 가정부를 고용했으니 그에 합당한 세금을 매달 내라는 것이었다. 물론 김씨네는그럴 형편이 되지 못했다.
“미스 김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으니 새 고용주를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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