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눈물도 투지도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저 산 하나만 넘으면 될 거야
나는 어려서부터 미지에 대한 궁금증, 무모한 도전을 즐기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어느 여름날, 나는 동네 근처 개울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며 한나절을 보내고 있었다. 옆 동네 또래 아이인 혜영이 나에게 말했다.
“우리 언니는 고흥군에 시험 보러 갔다.”
고흥이라면 둘째 언니가 살고 있는 학동과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혜영의 이야기를 듣고는 제안을 하나 했다.
“우리 함께 가자. 나는 학동에 있는 우리 언니한테 갈 테니, 너는너희 언니 마중을 가는 게 어때?”
나의 엉뚱한 제안에 혜영은 “좋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알았지만우리가 살고 있는 녹동에서 학동까지의 거리는 8킬로미터, 그러니까 20리나 되는 어린이가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였다.
혜영과 나는 해가 뉘엿뉘엿 저 가는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길 곳곳에 무서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떤 데는 침을 뱉고 가야 아무사고 없이 제대로 길을 갈 수 있다는 곳도 있었다. 혜영과 나는 침을잽싸게 뱉고는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점점 무서워졌다.
어둠이 깔리고 인적이 없어지자 혜영은 불안해했다.
“그만 돌아가자.”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혜영을 다독거렸다.
“저기 저 산 하나만 넘으면 될 거야.”
물론 나 역시 내심 무서웠지만 중도에 그만두는 것만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두려움이 밀려오면 올수록 ‘그동안 걸어온 길이 아까워서라도 절대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우리 둘은 결국 둘째 언니의 학동 편물점 앞까지 걸어왔다. 막상목적지에 도착하니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부끄러워졌다.
“들어가자.”
“싫어.”
우리 모습을 안에서 본 언니가 깜짝 놀라 뛰어 나왔다.
“어머머머, 막내야!”
언니는 기가 막힌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버스 올 시간도 아닌데 어떻게 왔니?”
나는 제대로 대답도 못할 정도로 배가 고팠다. 방 안으로 들어가언니가 사 온 찐빵을 먹고 있으니 학동 우체국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녹동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이들 둘이 없어져서 난리가났다”는 것이었다. 당시 우체국에 있는 전화는 유일한 비상 연락 수단이었다. 두 집 식구들은 함께 놀던 아이들 중의 하나인 조카 민숙으로부터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냈던 것이다.
언니는 가족들이 걱정을 한다면서 우리를 곧바로 버스에 태워 보냈다. 비포장 도로를 덜커덩거리며 달리는 버스 안에서, 우리 둘은나란히 앉아 돌아가면 야단맞게 될 것을 걱정했다.
그러나 마중을 나온 가족들은 우리가 나타나자 너무나 반가워했다. 셋째인 옥련 언니는 막내가 없어졌다고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퉁퉁 부어 있었다. 언니는 내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와 나를껴안고 엉엉 울었다.
내가 오면 주려고 언니는 손에 특별한 날이 아니면 얻어 먹기 힘든 사탕 한 봉지를 들고 있었다.
김옥란(Travelling the Unpaved Ro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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