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18) 동양 여자가 나타났다면서?

연재/기획 / 이현진 기자 / 2025-02-05 10:25:32
내게는 너무 쌀쌀했던
캐나다의 하늘

나의 친구이자 캐나다 첫 룸메이트이기도 한 희정은 영어를 꽤나잘했다.
한국에서 영문학과를 다닌 그녀는 캐나다에 온 지 이미 8개월을넘어서고 있었다. 당당해 보이는 희정의 모습이 무척이나 부럽게 느껴졌다.
난 희정과 한 달 동안 함께 살았다. 완전 초보 유학생인 나를 희정은 잘 보살펴 주었다. 아무런 불편이 없었지만 그러나 딱 한 가지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영어였다. 아파트에만 돌아오면 희정과 한국말을 했기 때문에 하루의 반은 영어를 할 수 없었다. 영어 회화 실력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렵게 희정에게 말을 꺼냈다.
“캐네디언 룸메이트를 구했으면 하는데.....”
희정도 이런 나의 뜻을 이해해 주었다. 나는 사방에 수소문을 해서 새로운 거처를 알아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만난 셜리라는 아가씨가 자기 집에서 같이 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해왔다.
7명의 아가씨들이 집 한 채를 세내어 사는데, 1명이 더 필요하다는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짐을 싸서 그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 집은 2층집이었다.
아래층과 위층에 각각 4명의 아가씨들이 살았는데, 내가 유일한동양 여자였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대학에 다니는 사람도있었다. 모두가 예쁘고 선한 아가씨들이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셜리와 제니퍼, 샤논이라는 아가씨들과 특히 친했다. 나중에는 셜리의남자 친구인 브라이언과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셜리가 결혼을 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새로 메운 토비라는아가씨와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남자 친구가 없었던 토비와는 주말이면 아예 집안에서 꼼짝않고얘기만을 나눈적이 많았다. 우리의 주제는 다양했다. 난 학교에서배운 수많은 주제들을 가지고 말을 꺼내곤 했다. 토비는 상당히 순수했으며 개방적이었다. 또한 독립적이고 억척스러운 면도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문화와 생활습관이 다른 하나의 일례를 나에게안겨주었다. 앞으로의 내 삶에 있어서 혼자 서기를 더욱 강하게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잡아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에 비해 나이도 어린데 아주 어른스러웠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만 18세가 되면보통으로 부모님을 떠나 독립을 한다는 거였다. 18세가 넘었는데도아직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은 가끔씩 놀림을 받기도 한다는거였다.
룸메이트들은 시간이 나는 대로 나와 얘기를 나누어 주었고, 틀린 문장들을 일일이 종이에 써 가면서 고쳐 주었다. 각자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달랐기 때문에 나는 먼저 온 사람에게 배운 문장을 뒤에 오는 사람을 상대로 활용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적어 달라고 해서 그것을 외웠다. 충분히 귀찮을 만 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하루는 브라이언과 결혼을 앞둔 셜리가 인사차 시골 고향에 간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마침 한 학기가 끝나고 집에만 있던 때여서따라 나섰다. 에드먼턴을 조금 벗어나자 나라 전체가 텅비어 있는느낌이 들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똑같은 풍경들이 이어졌다. 허허벌판이었다. 아직 영어가 서툰 나에게 셜리와 브라이언은 무엇인가를 계속 얘길 하면서 한국의 시골 풍경에 대해서도 물어왔다.
에드먼턴에서 자동차로 3-4시간거리에 있는 테일러라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동양인을 처음 보았다는 마을 주민들은 마치내가 외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셜리네 집으로 전화를 걸어 요란스럽게 호들갑을 떨었다.
“동양여자가 나타났다면서요? 셜리네 식구들은 천사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는 미국인이고 엄마는 캐네디언이었다. 이들 부부는 5명의 친자식 말고도 2명의 아이를 더 입양해키우고 있었다.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며안내하던 셜리의 아버지, 진지하며 부드럽게 날 맞이한 어머니, 미소로 첫인사를 하며 부끄러운듯한 모습의 셜리오빠와 동생들은 신기한 동물이라도 보는듯이 힐끔힐끔 날 쳐다보며 눈이 마주 칠때마다 미소로 답을 하며 그렇게 초면의 시간들이 갔다. 셜리네 가족의행복한 모습은 나에게 자연스레 고향 집을 떠올리게 했다. 능력있고자상한 아버지, 집안일과 아이들을 보살피는 어머니, 때 묻지 않은형제 자매들의 순수함, 날씬하게 잘 빠진 키에 정중한 말씨들, 그들에게 비춰진 내 모습이 초라하기 이를데 없었다. 나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세계여서 부럽다 못해 충격적으로까지 느껴졌다. 스파게티에 샐러드,옥수수와 으깬감자등 캐나다 사람들이 흔히 먹는 음식들
이었지만 어머니의 정성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자녀들은 하나같이 부엌에 나가 어머니를 도우며 식탁을 준비하고 누구하나 짜증내는 사람도 없이 그렇게 돕고 있는 모습에서 그들의 살아온 환경이자못 나와는 상반된 것이었다. 모두들 푸짐한 저녁 식탁 앞에 앉아정담을 나누는 모습은 한마디로 아름다웠다.
내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셜리의 아버지는 나에게 제안을 하나했다.
“좋은 사람이 있으니 한번 만나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일종의 중매였다. 나는 얼떨결에 셜리의 아버지가 소개하는 남자를 만났다. 35살의 나이에 키가 큰 이혼남이었다. 그러나 인연이 아니었던지 그와 만나는 시간 내내 배가 몹시 아파 길게 얘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헤어졌다.

 

킴오케 오늘의연재  관련 상담문의 조윤수 010-2844-0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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