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34) 산속 캠프장에서 준비한 인터뷰 연습

연재/기획 / 이현진 기자 / 2025-02-21 10:10:19
길없는 곳에 길을 만들다

다행스럽게도 캐나다에서 출발하기 전에 교회에서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번호 하나를 전해 받았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를해 보라고 준 것이었다.
정삼곤 씨라는 분이었다. 다급하여 창피함도 무릅쓰고 정씨에게전화를 걸었다.
그분은 흔쾌히 대사관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그래도 세상은동포애로 인해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부인과 아이 3명이 사는 그 집에는 친척이 와 있었다. 모두들 편안하게 대해 주었지만 나는 그렇지가 못했다. ‘월요일이면 내 인생의행로가 판가름이 날 텐데.....’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새벽에 오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나는 일단 거실에서 웅크리고 잠을 좀 잤다. 내몸에는 어떤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 인생이 어느 쪽으로 택해지든지 그것은 가장 기름진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후배 미하가 있는 미국 유타 주에서 밴쿠버로 돌아오기로 결심하던 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운동장을 돌면서 하던 그 다짐들이내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성공하기 전에는 결코 한국을 찾지 않을 것이다.’
‘초라한 내 모습을 식구들에게 결코 보이지 않을 것이다.’그런 각오였다.
정삼곤 씨 가족은 여름 캠프를 갈 계획이었다. 나는 혼자라도 그집에서 월요일을 기다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바퀴벌레 약을 푼 뒤 집 안을 밀봉해 놓고 갈 계획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를재워 줄 다른 한국 분을 소개해 달라고 했지만 그들 역시 함께 캠프에 간다고 했다. 난감한 일이었다.
“함께 가요.”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에게 정씨 부인이 제의를 했다.
“내일 떠났다가 일요일 밤에 돌아오니까 좋을 것 같네요. 걱정하
지 말고 시원한 공기라도 실컷 마시고 와요.”
그 방법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얼떨결에 함께 떠난 여름 캠프,당연히 내 마음은 어수선했다. 인터뷰 때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워킹 비자를 받을 수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인터뷰를 해야만 통과할 수 있을까? 당당한 모습으로? 아니면 불쌍하고 가련한 모습으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왔다.
캐나다에 온지 얼마나 되었나?
캐나다에서는 어디서 무슨 공부를 했나?
왜 워킹 비자를 받으려 하는가?
어떤 질문을 어떻게 대답하든 나는 어떻게 해서든 꼭 워킹 비자를 받아야 했다.
이번에 떨어지면 방문 비자 연장도 기대할 수 없었다.
몇 가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를 몰고 얼마나 달렸을까 우리일행이 도착한 곳은 산이었다. 그곳에다가 텐트를 쳤다. 꼬마들도많이 있었다. 나는 일행과 좀 떨어져서 한적한 곳으로 갔다. 여러사람들과 마주치기가 싫고 두려웠다. 내 암담한 처지가 얼굴에 드리워져 있을 것이고, 찌든 모습이 분위기를 깰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의 장난치는 소리, 웃음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나는 계곡 한쪽에 자리를 잡고 블루베리를 따 먹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걸신들린 사람처럼 마구 먹어 댔다. 입술이 블루베리 색깔로 파랗게 물들었다. 저녁이 되자 텐트 끝에 램프가 매달렸다. 모기들이 그 불빛을 향해 달려들었다. 빛을 향해 모여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연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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