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27) 바람의 도시 네스브리지

연재/기획 / 이현진 기자 / 2025-02-14 09:45:22
길없는 곳에 길을 만들다

워킹 비자가 어렵다고 생각한 나는 남은 3개월 동안에 입학 허가서를 얻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려면 돈이 다 떨어져 가는 내 입장에서 가장 저렴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를 찾는 일이 중요했다. 며칠 동안 지도와 자료를 보고 연구한 끝에내 새로운 목적지를 한 곳 찾아냈다.
‘네스브리지’
에드먼턴에서 자동차로 6-7시간 달려가야 나타나는 앨버타 주소속의 아주 작은 도시였다. 그곳에 대학이 있었다. 학비와 물가 집값 등 모두가 가장 싼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처한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생각을 했다.
1992년 12월 2일. 트레이시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나는 이민 가방 2개를 들쳐 메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는 그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네스브리지로 떠났다.
네스브리지를 향해 달리는 차 안에 나는 다시 나의 모든 것을 실었다. 이민 가방과 함께 내 마지막 희망도, 마지막 신념도 함께 실었다. 낯선 네스브리지에 오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것은 오후 4시쯤. 겨울에는 해가 빨리 떨어져서인지 네스브리지는 이미 저녁을 맞고 있었다. 그곳에서 부는 바람은 내 마음속에서 부는 황량한 눈바람 같았다.
이제 어디로 갈까 3단짜리 이민 가방 2개를 옆에 세워 두고 나는그렇게 한참 동안 거리에 서 있었다.
영하 20도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택시가 무심한 모습으로 지나갔다. 나는 택시 지붕에 새겨진 전화번호를 눌렀다. 노란색 택시가 금세 내 앞으로 왔다. 나는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
“어디든 가장 가까운 여관으로 데려다 주세요.”
오들오들 떠는, 겁에 질린 조그마한 동양 여자가 낯선 곳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일까? 택시 기사는 여관에 도착해서도마음이 놓이지 않았던지 내가 체크인을 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며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떠날 때 자신의 명함을 주며 혹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시골 인심이 좋긴 좋구나 생각하며 나는그에게 고개 숙여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싼 여관이어서 그런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확풍겼다. 역겨웠지만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혔다. 나에겐 잠시라도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굳이 다들 노는 토요일을 택해서 이곳에 온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에가서 룸메이트를 구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하룻밤만 여관비를 내면 거처를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여관에서 일하는매니저에게 교회 전화번호를 받았다.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전화를 했다. 내 사정을 대충 말하고 교회에 가고 싶다고 했다. 다음날아침, 어떤 여자가 차를 몰고 여관으로 왔다. 교회에는 내가 생각한것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모든 것이 잘될 것 같다는, 조금은 편안한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서 때마침 룸메이트를 찾고 있다는 아가씨들을 만났다. 그들은 교회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방 2개짜리의 아파트에 3명의 아가씨가 살고 있는데, 1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한 방에 2명씩, 매트리스만을 양쪽 벽에 각각 대고 사는 그런 형식이었다. 나는 다나라는 아가씨와 한 방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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