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달아 준 사람들
3월의 신부였던 나는 그러나 신혼의 단꿈을 꾸는 데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나와 짐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써리의 신혼 집으로 이사를 한 지 겨우 2주 후, 나는 보따리를 싸서 다운타운으로 이사 아닌 이사를 했다. 자동차로 왕복 2시간이 아까워서였다. 나는 한국 여학생 3명이 함께 살고 있는 다운타운의 한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아파트와 사무실은 걸어서 3분 거리였다.
“딱 한 달만 시간을 줘. 목표를 이루고 올께.”
“뭐?”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문하던 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나는 신념있게 그러나 애원하듯 말을 했다.”지금 안하면 너무 힘들것 같애. 난 꼭하고 싶어”결국 나는 남편 짐에게 허락을 받아 냈다.
가출한 신부가 될 정도로 나에게 절박했던 것은 역시 영어였다.목표를 정해 놓고 다잡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남학생 2명과 여학생 3명이 함께 영어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미쳐 있었고, 영어에 돌아 있었다.
당시 나의 하루 일과는 오직 일과 영어뿐이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으면 7시 30분이 되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따라하는 것으로 하루 영어 학습이 시작되었다. 8시 30분에 출근해서 점심 먹을 겨를도 없이 학생 상담, 서류 처리, 학교 관계자 면담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내다보면 오후 6시가 되었다.
나는 사무실 문을 닫고 아파트로 가서 씻고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나는 같은 스터디 그룹인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어야 했다.
그들은 나를 믿고 따랐으며 영어 문장을 말하고 외우며 각자가 부족한 것을 채워 갔다.
나는 짐과의 약속 시한을 넘겨 한 달 반 동안 그렇게 학생들과 함께 영어와 씨름을 했다. 결혼 생활에 빠져 들다 보면 영어를 실컷공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나를 그렇게 미친 여자처럼 만들었다.
우리는 밤새 사무실 한 켠에서 영어로 토론을 하다가 새벽 3시가되어서야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3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가 다시 새로운 하루를 맞았다. 그때 함께 했던 학생들은 ‘도우미’를 결성해 다른 학생들의 영어 공부를 돕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미친 나는 결혼 6개월 만에 또 다른 가출을 결행했다. 여학생 2명과 함께 배낭을 메고 1주일 일정으로 동부 여행을 떠난 것이다. 짐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해 그를 놓아두고 떠났다. 토론토까지는 비행기 편으로, 그리고 퀘벡, 몬트리올, 오타와등은 기차와 버스로 돌아다녔다. 토론토에서는 두어달 전에 밴쿠버에서 이사가 있던 독수리 5형제 중 한명인 진용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와 우리 일행이 합세하여 토론토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나이아가라의 야경은 환상적이었고, 몬트리올은 영국과 프랑스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행군을 계속했다. 모처럼 해방감을 맛볼 수있었고, 학생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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