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달아 준 사람들
박한진, 최만득, 한철희, 조승영, 조진용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신선했고 다양했다. 일단 아파트 거실 한쪽벽에 ‘사고 팔 물건들’이라는 쪽지를 붙였다. 아파트를 찾는 학생들끼리 물물교환이나 싼값에 물건을 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이후부터 일종의 유학생 벼룩시장이 내 아파트에 서기 시작했고, 그 벽면은 학생들이 갖다 붙인 쪽지로 빈틈이 없었다.
독수리 5형제는 내게 어떤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고, 홍보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해 주었다. 내 사업을 홍보하는 홍보전단지를 만들어 주는가 하면 무릎을 칠 만한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육체 노동을 해서라도 나를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그들 중 몇 명은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그곳에서 유학 박람회가열리면 직접 찾아와 나를 도와주었다. 우리는 전쟁터에서 함께 싸운용사들처럼 진한 우정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나는 속으로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그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있는 힘을 다해 일을 했다. 독수리 5형제는 어떤 일이든 한번 붙들면 끝장을 보는 내 불도저 같은 고집에 큰 동력을 제공해 주었다.
독수리 5형제와 함께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은 최민영이라는 여학생이다. 불어를 전공한 민영은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참 예쁜 학생이었다. 민영은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도 우리 아파트에 자주 찾아와 학생들을 위한 밥과 라면 접대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곤 했다. 이제 우리 아파트에 학생들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밀려왔다. 나는 이들의 요구를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
다. 먼저 나를 도와줄 직원이 필요했다. 나는 먼저 시청에 가서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했다. 직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신문에 냈고, 어렵지 않게 이민자 아가씨 1명을 채용했다. 그림자처럼 나를 따르는 유학생 2명이 자원 봉사자로 나를 도왔다. 컴퓨터도 1대 더 샀다.
비즈니스로서 번듯한 ‘간판’도 필요했다. 학생들과 나는 이름을놓고 고민했다. 영어로 된 그럴듯한 이름들이 나왔지만, 나는 촌스러운 순수함을 고집했다. 이미 한국으로 되돌아간 학생들이 다 그렇게 알고 있고, 여기에 있는 학생들 또한 그렇게 부르고 있는 ‘김옥란’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그 이름 뒤에 ‘유학원’을 붙여 ‘김옥란유학원’이라고 이름지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유학원의 원장이 되었다. 여전히 가난했지만큰 부자가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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