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50) 드디어 내 삶의 활로를 찾다

연재/기획 / 이현진 기자 / 2025-04-03 08:51:10
황소 어깨에
날개를 달아 준 사람들

짐이라는 남자는 나의 피난처와 보호막이 되어 갔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마 이렇게 손을 내밀었다.
“힘들면 언제든지 나에게 부탁해요. 멀리 있는 가족에게 하지 말고요. 경제적인 문제라도 서슴지 말고 말해요.”부자도 아닌 그가 경제적 도움을 주겠다고 하니 나는 말만으로도금세 부자가 된 듯 풍요로운 기분이었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크게 상처를 받은 내 영혼은 짐의 적극적인보호와 학생들에 대한 즐거운 봉사로 인해 회복되어 가고 있었지만육체는 가혹한 시련을 이겨 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해 10월. 나는 육체적 고통을 더 이상 견뎌 내지 못하고 주인아주머니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해야만 했다.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기간이 불과 5개월 남아 있는데도 나는 조금은쉬운 일자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일을 계속 하다가는 내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곧바로 일을 구하지 못하면 노는 기간만큼 영주권을 손에 쥘 시간이 더 늘어나는 결정이었지만 마음에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그만두겠다는 말을 하기까지 적잖이 고민을 해야 했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이 왔고, 희망을 갖기에는 일이 너무 힘겨웠다. 그 상태가 지속되니 몸이 아프다는 감각 자체를 느끼기도 어려웠다.
당시 나는 노동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심했던지, 잠자리에 들면서 날마다 이렇게 기도를 했을 정도였다.
‘이대로 내일 아침이 오지 않고 그냥 저 세상으로 갔으면 좋겠어요.고통 없이 그냥 이대로.....’ 그렇지만 나는 어김없이 새벽이 되면일을 하기 위해 눈을 떴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영어를 30분간 따라하고 그날 외울 영어 단어를 쪽지에 적은 후 내 방을 나섰다. 나는점점 빈 껍데기만 남은 산송장이 되는 것 같았다. 내 꿈을 달성하기위해서는 더 참아야 했지만 그러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만두겠다는 말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나를 말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처럼 일 잘하는 사람을 놓치기 싫다며 새로운 제안을 했다. 같은 월급을 주면서 1주일에 하루를더 휴일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망설이는 나를 붙잡고는 계속 맡아 달라고 사정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 동안만 일을 하라는 거였다. 영주권이 무엇이기에, 하루 더 늘어난 휴일이 무엇이기에, 나는 다시 그 자리에눌러앉고 말았다.
이렇게 추가된 하루의 휴일은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시내로 가서 학생들을 마음 놓고 도와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무료로 돕는 일은 무척이나 보람있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월요일이 되면 밴쿠버 시내로 나와서 영어 학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영주권을 얻게 되면 영어 학교를 다시 다니려고 여기저기 좋다는 학교는 다 돌아다니며 정보를 얻었다. 어느월요일, 한 영어 학교에 들어가 관계자에게 정보를 달라고 하자 ‘린’이라는 여자가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내가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들어 보여서였는지, 아니면 영어를 더 잘해서 그랬는지 린은 나에게이런 제의를 해왔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학생들을 우리 학교에 소개해 주면 일정한 커미션을 주겠어요.”
나는 그녀의 뜻밖의 제안이 무엇을 의도하는 것인지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게 하겠다고 수락했다. 커미션은 대부분의 영어 학교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소개비였다. 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학교를 소개해 주고 그 대가를 학교로부터 받는 것은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계약을 하고 나왔다.
‘이렇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었구나.’학교를 나오는 내 가슴은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청소를 하면서도 내게 그런 기회가 걸렸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단지 공부를 더 해보려고 정보를 받으러 찾아갔을 뿐인데.....나는 인도인 부잣집에 계속 머물면서 더욱 충실히 일을 했다. 주인 아주머니의 눈만 봐도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읽어 냈고,그 요구 이상으로 일을 끝마쳐주었다. 두 아이들도 정성을 쏟아 보살폈다. 이런 나를 주인 아주머니는 놀라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저 멍청하게 신세타령만 하면서 청소를 대충 하는 것이 아니고있는 힘을 다해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더 깨끗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 가끔씩 주인 아주머니는 수백 장의 편지 봉투에 우표를 붙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우표를 붙일 수 있는방법을 궁리했다. 그리고는 세로로, 또는 가로로, 혹은 하나씩 둘씩붙이기를 시도한 후 그중에서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해서 일을 진행
했다. 이렇게 일을 해치우는 나를 본 주인 아저씨는 탄성을 질렀다.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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